“달콤한 수업”

얼마 전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마트에 들렀습니다. 제가 강의하는 날이 마침 수요일 화이트데이여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마트에서는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여러 형태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무얼 고를 까 하고 보고 있는데 옆에서 여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탕이라며 자그마한 막대가 달린 사탕을 권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요일에 만나는 학생들이 120명 정도가 되기에 커다란 통에 든 사탕을 골랐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과자를 사들고 퇴근하시던 아버지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화이트 데이인 3월 14일 수요일 1교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며 담소를 나누던 학생들은 “와”하고 환호를 질렀습니다. “교수님, 바로 사탕을 먹고 싶은데요”, “그래, 오늘 첫 수업은 달콤한 수업(?)을 해보자구나” 저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사탕을 입에 물고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그 자그마한 사탕 하나가 오전 9시 첫 수업의 피곤을 상큼하게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케 되었으니 투자에 비해 너무나 큰 결실을 얻게 된 것입니다. 사탕으로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우리대학에 오기 전 대구에서 모 방송사의 라디오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에서 밤 11시 20분경 생방송으로 청소년들과 상담을 하던 하루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날 어떤 학생이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 데이’ 등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참여 하던 다른 학생하나가 상술에 이용되기 때문에 이런 날들을 없애야 된다고 하며 저의 견해를 물어왔습니다. 저는 상술에 이용되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경상도 사람들이 마음에 있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도 무뚝뚝한 지역 정서나 전통 등으로 인해 정작 사랑은 표현하지 못하고 화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 ‘경상도 사람’하면 집에서 세 마디 밖에 안한다는 등 의 특성으로 소개되는 현실에서, 민망하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공식적인 날들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사랑을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하면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족에게 배우자에게 자녀들에게 이웃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니 지혜롭게 선물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권장하고 싶다는 저의 생각을 밝힌 바 있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보면 그때에 비해 사랑을 숨기지 않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흐뭇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을 나누길 원함과 동시에 받기를 원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스승과 제자 간에, 부부간에, 친구들 간에 사랑을 나누길 원합니다. 그러나 여러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랑을 했다는 사람은 많지만,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상담학자와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알고자 심층적인 연구들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랑의 언어가 사람마다 동일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각 자가 느끼는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게리 채프만이라는 상담학자는 수천 쌍의 커플들을 만나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해 줄 때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듭니까?” 그 답을 분석하여 사람은 다섯 가지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고 전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는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포옹하며 키스하기, 안마, 등 긁어주기, 귀 후벼주기 등이나 팔 어깨를 가볍게 만져주기, 업어주기, 무릎에 앉히고 책 읽어주기 등의 신체적인 접촉으로 사랑받고 싶어 하기에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이 분노나 적개심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인정하는 말을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애정이 담긴 말, 칭찬과 격려, 너 밖에 없어...등의 인정해주는 말로 사랑받고 싶어 하기에 이런 사람들은 말을 가로막거나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내뱉는 말들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집중된 관심을 표하는 시간, 함께 있는 자체가 아니라 무엇인가 함께 하는 것, 생각과 감정을 함께 나누기, 식사시간, 짧은 여행 등으로 사랑받고 싶어 하기에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관심도 제대로 주지 못하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숨 막히는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선물을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기꺼이 주는 것, 정성껏 포장된 선물, 창의성을 자극하는 의미 있는 선물로 사랑받고 싶어 하기에 선물이 파괴되거나 잃어버리면 큰 충격을 받게 되고 그것에 대하여 퉁명스러운 설명을 하면 큰 실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다섯째는 봉사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신체적 정서적 요구를 포함하여 연령에 맞는 봉사, 때에 맞는 봉사, 사랑의 봉사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므로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심한 말이나 잔소리로 대응하면서 들어주면 상심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1의 사랑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랑의 언어도 함께 구사해 줄 때 사랑의 그릇은 충분히 채워지고, 늘 안정감을 느끼며 모든 면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캠퍼스를 거닐며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봅시다. 나와 우리가족, 교수님과 선후배, 친구들의 제일가는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성경 요한일서 3장 18절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름답고도 화창한 햇살 속에서 사랑의 언어를 찾고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는 ‘달콤한 수업’ 이 풍성한 창신의 캠퍼스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