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대학교 진로심리상담지원센터 자문위원 박근우센터장입니다.

‘도박’을 떠올려 볼 때면 후미지고 어두운 영화 속 도박장 장면, 범죄 행동, 패가망신, 어두운 삶 등 도박이 가지는 온갖 부정적 이미지로 연상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러한 음성적 이미지로 인해 도박은 우리의 삶과 관련이 없고, 도박 행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도박’이란 불확실한 사건에 가치 있는 것을 거는 행위를 말한다. 즉, 심심풀이로 하는 복권구입이나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 경기의 승패 결과를 두고 친구들과 간식 내기를 한다면 그것 또한 도박이다. 개념상으로만 본다면 사실 많은 사람이 심심치 않게 도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교적 도박 행동만으로 형사적 처벌을 받거나 자신의 삶이 방해받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습도박을 하거나 불법적 도박을 할 때이고, 더 나아가 도박에 중독되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경우일 것이다.

최근의 도박 환경은 매우 다양하게 급변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불법 도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전자통신 기술의 발전, SNS의 보편화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 배팅이나, 온라인 카지노, 실시간 도박 등 불법 도박 사이트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박인지 놀이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 속에서 도박 행동을 경험하게 되고, 도박 행동이 인간에게 주는 극도의 보상이 결합하여 중독 상황에 이른다. 더욱 문제인 것은 도박중독이 ‘은밀한 중독(Hidden addiction)’이라 불리며, 개인의 삶이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이 되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도박을 멈추기가 어려워지고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되어 파괴적인 도박 행동을 보인다. 자신과 가정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와도 그 원인을 도박에서 찾지 못하며, 잃은 돈을 되찾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모든 재산과 월급, 대출, 마지막에는 사채까지 빌려 위험한 배팅을 지속하게 된다. 결국, 가족의 고통과 해체, 우울이나 불안, 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 실직, 학업중단 등 심각한 개인과 사회적 문제가 따른다. 오죽하면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도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고 하였겠는가?

이쯤 되면 도박중독은 자신의 의지로 끊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므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즉,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마음의 병’, ‘뇌의 병’이라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도박으로 자신의 삶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유와 회복과정이 필요하다. 도박중독의 문제를 개인의 의지력과 도덕성의 문제로 보고 도박 충동과 싸워 이기려 한다면, 그리고 자신의 도박문제를 부정하고 합리화하며,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한다면 쓰나미처럼 걷잡을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할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물론 도박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 즉 자신이 문제자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편견과 두려움으로 자신의 도박문제를 쉽사리 공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러한 낙인이 문제해결을 위한 용기 있는 발걸음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면 자신을 위해 용기 내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